우리는 자유를 찾아, 소망을 찾아 그 땅을 나선다.

죽음보다 더한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목숨걸고 두만강을 건넌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 작은 희망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국경지역 보위부

북송된 탈북자들이 정치범죄 여부를 판명 받는 곳이다.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고문과 폭행을 일삼는 곳.

그 곳에 도착하자 마자 우리는 알몸으로 검사를 받는다.

목숨 걸고 마련한 달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돈을 삼키고 여자들은 자궁에 넣어 숨기기도 한다.

그러나, 온 몸 구석구석을 수색하는 그들 앞에서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간첩죄 혐의자나 정치범들은 이보다 더한 고문을 받는다.

잠 안 재우고 하는 가혹행위 ‘비둘기 고문’

손을 뒤로 묶고 쇠창살에 수갑을 채워놓으면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된다.

하루가 지나면 어깨 근육이 굳고 가슴뼈가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몸 전체가 굳어버린다.

체포되었을 때 75kg였던 몸무게는

어느새 38kg로 줄어들어 뼈만 앙상하게 남는다.

배가 고파서 도망쳤는데 굶어 죽는 내 가족을 살리려 한 것 뿐인데

마디마디 깊숙이 파고드는 고통 속에서 모진 목숨, 이것만이라도 부지해야겠다는 생각에

나조차 알지 못하는 죄를 모두 인정해 버린다.

임신한 여자는 상상을 초월한 처벌을 받게 된다.

중국인의 씨를 가졌다 하여 더욱 가혹하게 다루는데 보위부원은 임신한 여인을 바닥에 누이고

죄수를 시켜 그 위에서 널뛰기를 뛰게 한다. 강제낙태를 시키려는 것이다.

체포된 이들 가운데 반혁명분자라고 낙인 찍힌 사람들은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지게 된다.

정치범 수용소는 북한 체제에 위협이 되는 자들과 그의 가족 3대를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 수용하여 강제노동을 통해 처벌하는 곳을 의미한다.

혁명화 구역, 완전통제구역, 교화소, 관리소

종류와 이름은 각기 다르지만 그곳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의 이름으로 불린다.

꼬리 없는 짐승.

지옥과도 같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우리는 짐승처럼 일하며 평생을 강제노동에 시달리게 된다.

새벽 4시에 기상해서 거의 14시간 동안 고된 노동을 하고 난 뒤

하루에 두 끼 밥이라고 주는 건 옥수수 죽에 소금 국 350g.

그마저도 노동량을 채우지 못하면 굶기기 일쑤다.

때로는 심하게 맞거나 고문을 당하기도 한다.

아…

꼬리 없는 짐승이라 불리지만

어쩌면 우리는 짐승보다 못한 존재일지 모른다.

짐승도 아프면 울고 신음하는데, 우리는 아파도 울 수 없다.

고통의 신음소리조차 허락되지 않는 그 땅.

그 곳에서는 장애인들도 나무를 끈다.

노동의 강도에는 남자 여자 구분이 없다.

20kg가 넘는 물통을 양 어깨에 메고 쓰러질 듯 힘겨운 걸음을 이어가는 여인.

헤어지고 낡아진 옷 사이로 드러난 뼈만 앙상하게 남은 가슴.

뼈가 으스러질 듯 짓눌러오는 고통의 무게는 여인으로서 마지막 남은 수치심마저 짓이겨버린다.

우리는 노역만큼이나 괴로운 배고픔을 견뎌낼 수 없어

보위원들의 감시를 피해 뱀이나 쥐를 잡아먹는다.

이렇게라도 먹으면 한 달을 버틸 수 있다.

개구리, 나무껍질, 풀뿌리, 돼지 먹이, 소 똥에 박힌 옥수수 알갱이까지..

먹을 것이 없어 죽은 사람의 손에서까지 음식을 빼앗아 먹는다.

이별의 슬픔보다 배고픔이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이기에…

뼈만 남은 앙상한 주검이 마치 머지 않아 다가올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서러워 운다.

그래도 살겠다고. 망자 앞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내 모습이 가여워 또 운다.

기나긴 고통을 끝내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남아있느냐, 도주하느냐.

그러나, 그마저도 끝내는 하나의 운명에 닿아있다.

남아서 고된 노동과 굶주림에 말라죽느냐 도망치다 붙잡혀 죽느냐

이 지독한 고통을 끝내는 길은 오로지 죽음 뿐 어느 것도 삶에 닿아있는 것은 없다.

실제로 살아보겠다고 도주를 시도하지만 산 목숨으로 이 곳을 빠져나간 이는 거의 없다.

탈주자는 가차 없이 공개처형을 당한다.

어떤 이는 더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한 도주자는 도주하다 붙잡혀서 지프차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다가

머리가죽과 등가죽이 모두 벗겨져 죽고 말았다.

이름도 빛도 없이 죽어간 이들.

그들의 피맺힌 절규는 지금도 허공에 도는 메아리가 되어 말없는 죽음으로 되돌아 올 뿐이다.

얼마나 많은 내 부모, 내 형제, 내 친구들이 희생 돼야 비로소 우리는 행동에 나설 것인가?

우리는 그들의 울부짖음에 더 이상 눈을 감아서도 고개를 돌려서도 안 된다.

아파도 신음하지 못하고 슬퍼도 울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예수님의 마음으로 함께 아파하고 주님의 눈물로 함께 울어야 한다.

그리고 외쳐야 한다.

그들을 사망의 골짜기에서 구원해달라고. 저들을 자유케 해달라고